회사 메일에서 좋은글을 보내줬는데 좋은거 같아 여기 남긴다.
개처럼 삽니다.
출처 《여덟단어》에서 글: 박웅현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즈음 마지막 질문이 날아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걱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키운 개 이야기를 드리자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방을 내려놓고 안경과 모자를 벗고 침대에 눕는 것입니다. 제가 집에 들어오면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짓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데요, 그 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고,
잠 잘 때 보면 ‘아….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
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잡니다. 공놀이를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입니다.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합니다.
밀란 쿤테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는 말을 합니다.
맞습니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고,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 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가진 듯 뛰어 다니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자죠.
그리고 다시 눈을 뜨죠. ‘우와! 해가 떠 있어!’ 다시 놀라는 겁니다.
그 원형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보는 것입니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개처럼 살자’는
“Seize the Moment, Carpe diem”의 제 식의 표현이며 제 삶의 목표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라는 것이며 이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을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자고 이런 저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밥 먹을 때 걱정하지 말고 밥만 먹고,
잠 잘 때 계획 세우지 말고 잠만 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삶의 지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 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도 헨리 경이 도리언 그레이에게 “자네는 포도알을 입안에 넣고 으깨어 그 즙을 다 마신 게야”라고 말하는데요, 카르페 디엠을 가르친 겁니다.
순간을 포도알로 보고 이 순간을 이 포도알을 먹으면서 어제의 일을 걱정하고 있다면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것이고, 집중을 하면 단물을 빨아 먹고, 껍질의 신맛을 보고, 씨앗의 씹히는 맛을 보면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겁니다.
마치 개들처럼…..
순간을 산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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